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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후기] <직장인을 위한 자산관리 101>: 첫 월급 받기 전에 이거부터 보고 시작하자

karrott 2021. 10. 17. 19:05

금융공포증을 가진 사람의 돈 관리 방법

강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앞서 나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나는 금융이라면 치를 떨며 무서워하는 사람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세상에서 혼자가기 제일 무서운 곳을 고르라면 은행이고, 단순한 입출금통장 하나를 만들 때도 손을 벌벌 떨었던 기억이 있다.
(은행원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길게 늘어놓기 시작하면 머리속으로는 어느 쪽이 호갱과 멀어지는 쪽일까 고민하며 열심히 찍기 게임을 해야했다.)
금융서적은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한 페이지도 읽지 않았고, ETF니 IRP니 돈과 관련되어 보이는 약어들만 봐도 머리가 새하얘져서 다른 상품은 손도 못대고 울며겨자먹기로 예적금을 들은 후에 나머지 금액은 그냥 월급통장에 처박아두고 외면해버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건 소비습관은 잘 잡혀있어서 통장에 돈이 차곡차곡 모이긴 했다.)
당연히 주식은 안그래도 벌렁거리는 심장에 도움이 될리가 없으니 주변에서 하나둘씩 주식에 발을 들일 때도 꿋꿋하게 계좌계설조차 하지 않고 버텼다.
그나마 해본다면 누군가에게 맡겨서 자동으로 투자가 되는 상품이 괜찮지 않을까 싶어 펀드를 알아봤는데 보기만해도 아찔해지는 긴 상품명에 소스라치게 놀라 뒷걸음질 치며 나왔다.
울렁거리는 파도 위에서 두려움에 얼어붙어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거나, 정말 이대로 있어도 괜찮을지 불안할 때마다 내가 속으로 항상 되뇌곤 했던 말은: "그래도 아직 젋고 지금 돈 벌고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였다.
다행히 그렇게 말하고 나면 정말 괜찮아졌었다. 월급계좌에 찍힌 금액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보다 훨씬 많아지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되겠지? 어떻게든 되지 않는다"

양승화님의 <직장인을 위한 자산관리 101>은 승화님의 페이스북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예전에 데이터 관련 행사에서 뵌 적이 있는데 그때를 인연으로 페북에서 친구가 되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로스해킹 강의로 이미 유명하신 승화님이 직장인을 위한 자산관리 강의를 내신다고 하셔서 처음엔 아무 생각없이 강의 내용만 확인할 겸 인프런 홈페이지에 접속했는데 강의 설명이 마치 나를 위해 쓰여진 것만 같았다.
흥미가 없는 쪽에 시간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이대로 내 마음을 돈이 쥐락펴락하게 하고싶지도 않던 나에게 정말 딱 적당해보였다.

출처: 강의 소개 페이지


그리고 무료로 공개된 강의 소개를 보던 중 뒷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출처: 강의 소개 영상 11:20

나중에 어떻게 되지 않는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의 피땀눈물이 들어간 근로소득을 이율이 1%도 되지 않는 월급통장에 10년, 20년을 처박아두면 될 일도 안될 수밖에 없다는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을 나는 그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번개에 맞은 듯 그대로 멍하게 화면을 바라보다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를 눌러 내 생애 첫 금융 관련 강의 수강을 시작했다. (내돈내산!)

내 손으로 직접 두려움을 자신감으로 바꿔나가기

강의를 듣는 내내 신세계였다.
투자상품의 큰 맥을 하나하나 짚어주고, 각 상품의 특징과 유의할 점, 실제 투자를 해볼 때 참고하면 좋을 내용을 쉽고 논리정연하게 설명해서 나처럼 금융공포증이 있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 학생 때만큼 열심히 들었다

불확실성이 없는 것과 리스크가 없는 것을 구별할 줄 알게되었고, 듣기만해도 머리가 어지러웠던 온갖 약어들과 펀드명을 (아직은 좀 더디지만)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흔히 투자 하면 떠올리는 것처럼 24시간 내내 오르내리는 그래프를 쳐다보거나 경제신문을 공부하지 않아도 충분히 게으르게(?) 투자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도 배웠다.
하지만 그 어떤 내용보다 더 도움이 되었던 건 학습과 이해를 통해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투자에 대한 두려움을 자신감으로 대체해나가는 과정이었다.
평생 투자의 '투'도 모르고 살 것이라 단정하며 지내왔던 것과 달리 나도 내 원칙을 가지고 현명하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더 벅차고 흥분되는 일이었다.

수료증은 받을 때마다 뿌듯하다

나도 할 수 있다 투자!

강의를 다 듣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처박혀있는지'를 정리하기였다.

강의를 다 듣고 난 사람이 이 표를 본다면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다시피 나의 소중한 근로소득이 정말 말 그대로 통장에 처박혀있었다.
치솟는 물가상승률과 떨어지는 화폐가치에 비하면 택도 없는, 연 1% 미만의 이자를 받으며 50% 가까이 되는 자산이 그냥 방치되어있었고, 심지어 학생 때부터 명절마다 받아와 지폐 그대로 들고있는 돈도 꽤 되었다.
아무것도 안하기엔 애매하니까 목적없이 들어놓은 저금리의 예금상품과, 언제 따로 빼놨는지 기억도 나지않는 세이프박스를 보니 한숨만 나왔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 사태를 깨닫고 이제서라도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는 게 어디냐! 하며 착찹한 마음을 다잡고 강의에서 배운 내용과 나의 투자성향을 고려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짰다.

훨씬 덜 노답이 되었다

가까운 시일 내에 큰 돈이 나갈 일이 있어 통장에서 따로 분리해두고, 무의미하게 걸어둔 예금도 해지하기로 했다.
장기투자를 위한 포트폴리오와 개인연금 항목을 추가하고, 강의 내용에서 특히 재밌어보였던 퀀트투자도 추가해보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 발, 한 발이 옳은 선택이 아닐까 두려워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던 내가, 내 손으로 직접 이리저리 항목을 옮겨보고, 돈을 쪼개고 합치는 과정을 반복하며 미래를 계획하는 일을 하고있는 걸 보니 스스로가 너무 대견하게 느껴졌다.
나도 투자란 걸 내 손으로 직접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니! 마이 컸다! (눈물)

걱정마! 너도 할 수 있어!

강의를 다 듣자마자 아직 대학생인 남동생에게 강의를 추천했다.
남들과 비슷하게 코로나 시국을 타 주식을 시작한 동생은 다행히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의 우량주 위주로 투자하고 있어서 아직까지 큰 손실을 경험해본 적은 없다고 했지만, 누나로서 동생이 감이나 운보다는 제대로 이해한 지식과 계획을 가지고 투자를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 과거의 나 대신 동생에게 이 강의를 권하는 것으로 약간의 한을 풀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돈을 벌고있는 누나의 특권(?)으로 완강을 하면 결제금액을 그대로 캐시백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마저 시험공부를 하라고 보냈다.
동생이 완강을 하고 당당하게 캐시백을 요구하러 오는 날이 기대가 된다. :)